| [사진집] 시어머니를 애도하는 또 하나의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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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소(노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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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형 |
128x188 |
분량 |
23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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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978-89-7409-210-8 |
발행일 |
2026년 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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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 |
16,000원 |
서평참여 |
0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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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 내부의 돌봄과 이별, 그리고 남겨진 자의 삶을 기록한 사적인 일기이자 사회적 기록이다. 예소는 저자(노영미)의 필명이며, 저자가 현재 장항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와 아카이브의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던 시기 시어머니의 죽음을 병상에서 지켜봐야 했으며, 염습까지 직접 해야 했다.
저자는 1940년대생 시어머니 ‘길자 씨’의 노년과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며, 애도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발생하고 지속되는지를 기록한다. 이 책에서 애도는 장례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사건이 아니라, 돌봄의 시간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죽음 이후에도 삶의 태도로 남는 과정이다. 저자의 문장은 감정을 과잉 없이 절제함으로써, 애도가 특정한 슬픔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조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며느리’라는 위치에서 시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가족 서사에서 흔히 주변화되거나 침묵되어 온 시선을 전면에 드러낸다. 저자는 혈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타인도 아닌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거리감과 책임, 애정과 의무 사이의 긴장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솔직함은 독자로 하여금 이상화된 가족상을 의심하게 만들고, 관계의 윤리를 다시 질문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을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길자 씨의 구체적인 노년의 몸, 병원과 집을 오가는 반복된 동선, 돌봄 행위의 누적을 통해 죽음의 준비가 어떻게 현실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죽음은 갑작스러운 비극이 아니라, 서서히 다가오며 삶의 리듬을 바꾸는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료 시스템, 가족 내 역할 분담, 감정 노동의 불균형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동시대적 문제의식으로 확장된다.
문체 역시 이 책의 중요한 가치이다.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적인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관찰과 사유의 밀도를 유지한다. 짧은 기록들이 축적되며 만들어내는 시간성, 반복되는 일상의 서술은 돌봄의 무게를 독자에게 직접 체감하게 한다.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리듬과 태도에 있다.
시어머니의 임종을 개인의 헌신이나 미덕으로 미화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일상의 언어와 사진으로 드러낸다. 며느리, 아내, 딸이라는 역할이 중첩되며 발생하는 부담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가족제도와 성별 분업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차분히 증언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문학적 에세이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기록물로 읽힌다.
결국 이 책이 지니는 가장 큰 가치는 ‘애도하는 방식의 확장’에 있다. 애도는 반드시 비통하거나 장엄할 필요가 없으며, 누군가의 삶을 끝까지 지켜보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애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하며, 개인적 경험의 성실한 기록이 어떻게 보편적 사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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