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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대표 인터뷰 눈빛 소식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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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인터뷰 <아티클>지 2013. 5월호
눈빛(noonbit)
인터뷰이, 눈빛 이규상 대표
시각예술저널 경향 <아티클>, #22, 2013. 5
정리 서정임 기자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해 사진이 대중에게 굉장히 친숙한 매체가 되었음에도, 국내에는 이러한 사진의 본질과 속성, 이론적 배경을 다룬 사진 관련 출판물들이 그리 많지 않다. 대중이 카메라를 다루는 것에는 관심이 많아도, 사진이론서와 사진집과 같은 출판물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출판계에서 사진은 비인기 종목인 것. 그러한 현실에서 꿋꿋하게 사진집, 사진이론서, 사진기술서 등 사진과 관련된 책을 내는 사진전문출판사가 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을 담는다는 기치 아래 설립된 ‘눈빛’이 그곳이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이곳 출판사에서 펴낸 책은 약 4-5백 종. 해마다 다큐멘터리 사진집, 한국적 정서를 간직한 풍경사진집, 사진이론서(번역서) 등 대략 20-30종을 출판하고 있다.
꼼수 부리지 않고 뚝심 있게 사진관련 출판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눈빛. 그들이 진실한 눈으로 예리하게 ‘찍어’내는 세상을 지금 공개한다.

article. 눈빛을 세우며 롤모델처럼 생각한 출판사는?  
눈빛. 분도출판사 책들이 좋았다. 출판물로서 세련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내용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배금주의와 형식주의에 물든 한국의 출판 풍토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출판사라 여겨졌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행되는 《Aperture》라는 사진잡지도 있는데, 깔끔한 편집으로 사진의 특성을 잘 살린 레이아웃이 보기 좋았다.

눈빛의 철학과 소신, 사명감은?
출판계에서 가장 흔한 거짓말 가운데 하나는 잘 팔리는 책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번 잘 팔리는 책에 매달리다 보면 소신이 가는 책은 잊게 되는 것이 인간사 이치이다. 1만 부씩 팔아 본 사람이 기껏 500부 나갈까 말까 하는 책에 직성이 풀리겠는가. 또 다른 뻔뻔한 거짓말은 소신이니 사명감으로 누구를 위해 출판한다는 것이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집중하고 몰두해서 만들어내면 가슴 뿌듯하고 그것을 독자들도 좋아해 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또 마는 것이다.

사진전문출판사로서 고집하는 편집 기획원칙이 있다면?
사진만큼 한국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 기억을 잘 보여주는 매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설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사진은 다 말해 준다. 한국학을 공부하던 외국인 학자들이 사진을 보고 비로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말(언어)이다. 말로써 책을 만들지 무엇으로 책을 만들겠는가. 그러한 기조에서 눈빛은 사진 관련 책을 기획할 때 이 사진이 진실한가 하는 것을 먼저 따져 본다. 그것은 사진 속에 찍힌 사람들의 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사진이 현실에서 꼭 떼어낼 부분을 떼어냈는지 살펴본다. 한국 사회는 시각훈련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미지의 시대를 맞이했다. 사진가들의 미적 기준도 형편없어 달동네 판자촌에서도 아름다움만 추구해 오지 않았는가.

어떻게 저자를 선택하고 그 저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가?
누구나 진실하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책을 팔아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벌려고 하는 자들은 출입금지다. 또 그런 자들은 아예 우리 출판사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저자들과는 쉽게 형이 되거나 아우가 되고 ‘눈빛의 아들 딸’이 된다. 즉 서로 배려하는 관계가 된다는 말이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알고 싶다.
사진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다. 접수된 사진에 맥락을 부여하는 일은 편집자의 고유권한이다. 요즘은 출판이 쉬워져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출판물은 자의적이어서 책으로서 가치가 적다. 편집자는 책을 객관화하는 출판의 꽃이다. 인력이 많지 않으므로 모든 일은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워커홀릭 저리 가라다. 물론 나름대로 암중모색기를 거치지만 한 달에 서너 권을 한꺼번에 출간할 때도 있다. 우리 출판사는 일을 분담해 처리할 정도로 크지 않다. 아침에 출근하면 (대표인)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진공청소기 돌리는 일이다.  

시각예술의 많은 장르 중 왜 사진이어야만 했는가? 사진집도 단순히 멋진 사진보다는 역사의 의미를 증언하거나 현실의 이면을 파헤치는 등 뜻깊은 사진을 중점으로 하는 듯하다.
사진의 발명 초기부터 사진은 기록이었다.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매체가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진을 예술로 오해했다. 그래서 한국 사진은 내용 없는 형식주의 사진이 판을 치게 되었다. 역사사진과 보도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은 우리가 살아온 삶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그 어떠한 기록보다도 호소력과 파급력이 있는 출판재원이라고 생각한다. 산과 들로 나가 아름다운 풍경만 찍은 것만이 사진은 아니다. 우리는 사진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은 아직도 영원하다.  

사진집도 사진집이지만, 눈빛에서 출판된 김우룡이 엮은 『사진과 텍스트』, 프레드 리친의 『사진 그 후』와 같은 사진 관련 중요한 이론 번역서 역시 중요하게 여겨진다. 더불어 사진 관련 출판물 외에 『페미니즘과 미술』,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와 같은 미술이론서들도 펴내고 있다.
사진에 대한 담론이나 이론을 소개하는 작업은 아주 중요하다. 비평의 역할도 무시 못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진계는 이 가공할 이미지의 시대에 주역이 되지 못하고 거대한 이미지 소비집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예술뿐만 아니라 인문학 등 모든 분야가 사진을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사진기술에 매달려 있는 동안 한국사진은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다.
만연한 사진에 대한 오해를 일소하고 사진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면 이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진출판 분야 중에서 기술서가 좀 팔린다고 하니까 벌떼처럼 달려들어 기술서를 내는데 우리는 사진기술에는 관심이 적다. 그것은 두 달이면 익힌다. 미술이론서를 내는 것은 사진이 시각매체로서 발돋움해 왔으므로 미술 등 인접 분야의 담론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눈빛의 출판물 중 편집자가 생각하는 가장 의미 있는 책은?
아날로그 시대의 출판물을 정리하는 눈물겨운 심정으로 ‘눈빛 아카이브’ 시리즈를 줄기차게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로서 볼륨도 크고 들어간 공력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타임캡슐을 땅에 묻는 심정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 거기에는 역사적 기억이 살아 있는 사진뿐만 아니라 현재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포함된다. 이때 한 가지 기준은 시대성이 살아 있는 독특한 기록인가 하는 것이다. 예술성 여부는 나중에 후세가 판단할 몫이다.  

눈빛은 유명하진 않지만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거나 원로들의 의미 있는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한 출판물은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소나무 사진 한 그루 팔면 얼만 줄 아는가? 수천만 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몇몇 사진가들만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배경에는 큐레이터와 갤러리 그리고 비열한 문화자본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들 스스로 그런 가치를 만들어, 사진을 독과점 품목으로 만든 것이다. 뛰어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진계의 구조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의해 조명을 받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진가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한국사진계는 자본을 흠모한 나머지 살롱이 되었다. 젊고 유능한 사진가들은 출입마저 제지당했다. 살롱의 잘 나가는 몇몇 사진가들이 그렇게 지우려 하고 평가 절하한 숨겨진 사진들을 찾아내 한국사진사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눈빛의 ‘책무’이다.

눈빛이 타깃으로 삼는 독자층은? 또한 마케팅 전략은?
사진가들보다 사진 인접 분야(미술 문학 역사 등 예술 인문 분야)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분들이 주독자층인 것 같다. 요즘은 사진학과를 졸업한 학생들도 눈빛출판사를 잘 모른다. 아무리 허접한 출판사라 하더라도 명색이 25년 가까이 된 사진전문 출판사인데 이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4년간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지 한심하고 답답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많아도 산악 관계 출판물이 잘 안 팔리는 것처럼 요즘은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책은 잘 안 보는 모양이다. 마케팅 전략은 예전에 이미 포기했다. 도대체 어떻게 책을 판다는 말인가. 10여 년 전부터 마케팅은 실례지만 하늘에 맡겨 놓았다.

책 출판 이외에 문화운동이나 세미나 등 연관 활동이 있는가?
하지 않고 있다. 책 만드는 데도 벅차다. 그렇지만 최근에 산천어나 쉬리와 같은 이 땅에 토착화한 사진가들의 작업을 보고 사진문화운동을 전개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꿔야 한다. 다행히 사진가들이 호응해 주어 기획전이나 출판물로써 한국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구상을 하고 있다.

오늘날 사진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사진 관련 서적을 내는 출판사들이 그리 많지 않다. 눈빛처럼 번역서를 포함해 사진의 이론적 바탕이 될 수 있는 책들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다섯 손가락에 겨우 꼽힐 정도다. 그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진 책이 잘 팔리고 돈이 된다면 벌써 대형 출판사와 자본이 손을 댔을 것이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두부나 콩나물을 파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으니 내버려둔 것일 뿐이다.

특정 분야 전문출판은 여러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듯하다.
한 나라의 출판을 잴 수 있는 척도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전문출판의 역량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그만큼 전문 분야가 발전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진 분야를 예로 들면 출중한 사진가와 비평가, 연구자들이 결과물을 쏟아내야 그것이 사진출판물로 연결된다. 연구와 비평이 전무한 한국사진의 풍토에서 우리는 ‘역사적 기억’이라는 출판재원을 나름대로 길어냈다고 자부한다. 전문출판은 더 전문적으로 가야 한다.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는 출판사 들어먹기 십상이다. 전문출판은 전문성이 곧 대중성이라는 신념으로 끝까지 가야 한다.  

할인 판매가 일반화되고 광고 마케팅 비용이 높아지면서 자본력이 없는 출판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한 서점 가판대에 올라가는 책들은, 출판유통의 관행에 따라 대형 출판사에게 몰려 있는 편이다.
알다시피 전국의 서점은 다 죽었다. 온라인에서 할인해 주고 오프라인에선 제값 받으니 누가 서점에 나가겠는가. 온라인의 납품가 할인경쟁도 치열하다. 책 만들어 제값 못 받는 현실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피해는 고스란히 출판사와 독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서점 가판대 임대료, 인터넷 노출광고 1주일 금액이면 저자들에게 인세 먼저 챙겨줄 액수다. 그런데 전문서적의 문제는 노출이 돼도 쉽게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의 각 전문 분야가 발전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요원한 일이니 출판사가 자체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SNS를 활용하고 여유가 되면 소규모 북카페라도 열어야 할 것이다. 죽을 맛이다.

출판 비즈니스는 입금이 아주 느리다. 위탁판매라서 정산되는 게 책을 납품하고 몇 개월 후다. 그동안에 인쇄비, 저자 인세,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은 정기적으로 빠져나간다.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생활 수준을 최저한도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전문출판은 모든 것 다 누리며 출판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아니잖은가. 직원들에게까지 책임과 사명감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쥐꼬리만 한 봉급을 주는 부도덕한 경영자가 되기보다는 애초부터 최소한의 인원으로 출판사를 유지해 왔다. 기획, 교정, 편집, 인쇄 감리 등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데 올해 임대료가 대폭 올랐다. 집값은 계속 떨어진다는데 이 땅의 집주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 출판사들 대부분은 우선 달성해야만 하는 연간목표를 숫자로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려면 편집자 한 사람이 책을 몇 권 만들어야 한다는 거꾸로 된 발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잘 팔리는 책이 한 권 나오면 그 책과 비슷한 책이 몇 권이나 만들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풍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편집자를 홀대해 온 한탕주의 출판인들이 언제나 문제다. 책 팔아 사옥 짓는 데 수익금 다 쓰고 이자 갚기 힘드니 고통분담하자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편집자들의 재교육, 처우 개선, 복지에 그동안 출판인들이 너무 인색했다. 고생은 혼자 하는 것으로 족하다. 그러니 안쓰러운 편집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있는 독자 나눠 먹으려 들지 말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렇게 독자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우리도 했는데, 돈 많고 학벌 좋고 잘생긴 당신들이 엄살을 부려선 쓰겠는가.    

앞으로 어떤 출판물들이 출간된 예정인가? 또 눈빛의 지속 발행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20세기를 살아온 한국인의 삶의 흔적과 기억을 책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아카이브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있다. 정치, 사회, 역사적인 사진에서 개인의 일상적인 기념사진까지 두루 수집 중이다. 나이 먹으면 주춤하게 된다는데 오십 넘어서면서부터는 이 책이 안 팔리면 어찌될까 하는 겁도 더럭 났다. 그런데 요즘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무엇을 또 걱정한단 말인가.

편집자의 입장에서 가장 도입하고 싶은 출판 시스템은?
돈 걱정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바로 도입하고 싶다. 책이 팔리건 팔리지 않건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어 펴낼 수 있다면 거기가 바로 출판의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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