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36년간의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이룬 지 60년, 소용돌이치듯 흘러온 격동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길지 않은 한국현대사의 순간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없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던 이 땅의 민중들이 있었습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민족사진가협회에서 엮고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책,『광복60년 사진60년』에는 그 민중들의 삶이 한 장 한 장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놓여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백여 컷의 사진들은 말 그대로 민중들을 그 중심에 놓은 ‘한국현대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광복60년 사진60년』에는 1945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의 사진가들이 찍어 온 사진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습니다. 사진가들 중에는 현일영, 임응식과 같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김아란, 남민숙과 같은 신진 사진가들도 있습니다. 공간적인 배경 또한 판문점과 독도, 사할린에서부터 서울역과 중앙청, 청계천, 명동, 동두천과 탄광과 시장, 고궁과 묘지, 농촌마을과 도시의 거리 등 다양합니다. 사진 속의 그 시대, 그 장소에 있었던 인물들도 전쟁 고아와 혼혈아를 포함한 아이들, 어려움을 딛고 늘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던 우리들의 어머니들을 비롯해 노동자와 상인, 군인, 수녀와 무당, 농촌의 촌로와 도시 변두리의 서민들 등 다양합니다.
이 책은 1945년,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아베 조선총독의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광복의 순간을 기뻐하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후 10년 단위로 한국현대사의 질곡의 순간들이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6.25전쟁과 남북분단,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이승만 정권에 대항한 4.19학생의거에 이어 20여 년 군부독재의 시초였던 5.16군사쿠데타, 독재정권의 대한민국 재건이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었던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해서는 안 되는 것들 투성이였던 그 불구의 시절에 또다른 전쟁터인 월남으로 아들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87년 6월민주항쟁, 북한과의 화해모드,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과 남북 정부, 민간의 상호교류, 그리고 마침내 2002년 한일월드컵의 환희에 찬 시민들의 얼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10년 단위로 쪼개어져 엮인 사진들 속에는 한국현대사의 굵은 흐름이 있으며, 그 곳에는 어디에나 사람들이, 이 땅의 민초들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복사하듯 있는 그대로 드러내 주는 사진은 역사를 직설적이고 실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매체일 수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당대의 역사를 말해 주는 다양한 증거들로 가득합니다. 저 멀리 서 있는 건물이나 나뭇가지에 걸린 가물가물한 플랜카드, 사진 프레임의 좌우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색 등이 어우러져 다른 어떤 매체보다 더 실감나는 역사의 증언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가진 힘은 그러한 역사의 증언자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언론인 임재경과 미술평론가 박영택, 문화평론가 이재현의 글을 실어 사진의 시간적, 공간적 깊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또한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정리된 <한국의 정치·생활문화사 연표>는 사진의 통시적인 이해를 도울 것입니다.

이 책의 발간과 함께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미술관에서는 민족사진가협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함께 마련한 <광복 60주년 사진전 시대와 사람들>(2005. 4. 12 - 5. 8 |매주 월요일 휴관)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책에 수록된 사진의 일부가 작품으로 제작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